수면 위/대장 내시경 알약 후기(feat.빈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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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부터는 5년 간격으로 위, 대장 내시경을 받는 게 좋다고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 30대고 내가 내시경을 받을 때 즈음이면 훨씬 간편한 방식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예상치 못하게 내시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다.

7월 초, 몸살과 함께 37.5도 미열이 나고 오른쪽 가슴 밑이 당기는 듯한 통증(이라기보다는 이질감에 가까운 느낌)이 느껴졌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 호흡기 내과 진료를 봤다.

오른쪽 가슴 밑 통증이 혹시나 폐렴일까 싶어 증상을 얘기하니, 의사는 그곳의 통증은 간이라며 간염을 의심했다.

한 달 전에도 37.5도 미열로 코로나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의사는 이번에는 코로나 검사뿐만 아니라 혈액검사와 엑스레이도 찍기를 권유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폐는 깨끗했다.

채혈 검사 결과, 간 수치와 염증 수치는 정상이었다.

다만 빈혈 수치가 7.8(정상 수치는 12 이상)이라고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빈혈 원인 찾기

다음 날, 코로나 음성 결과를 듣고 소화기 내과를 방문했다.

철결핍성 빈혈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 빈혈 상세 채혈 검사를 진행했다.

→ 결과는 철 결핍성 빈혈. 저장철 수치도 5로 매우 낮은 편에 속했다.

또한 위, 대장에서 출혈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을 권유받아 예약했다.

여성의 빈혈 원인 대부분은 자궁 문제에 있다며 부인과 진료도 예약해주셨다.

그리고 철분제(아침 식후 30분 2알 섭취)를 처방받았다.

→ 철분제를 먹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가슴 통증이 없어졌다.

 

소화기 내과 진료 후 바로 산부인과 진료를 보았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적이거나 통증이 심하거나 양이 확 많아지거나 그런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자궁선근증 의심, 자궁내막증 의심, 난소혹 2개가 발견되었다.

난소 혹은 약 1cm, 2cm로 크지는 않았지만 종양표지자 검사를 진행하였다.

→ 다행히도 악성 가능성은 낮아 양성 종양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

자궁의 문제들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증상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한 빈혈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소견을 들었다.

우선은 철분제만 잘 먹으며 다음 진료를 보기로 했다.

 

8월, 월경통이 심하고 월경이 끝난 후에도 밑이 당기는 느낌, 복부 팽만 느낌 등 평소에는 없었던 통증이 느껴졌다.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보니 난소혹이 조금 커진 상태였고, 통증은 자궁선근증이나 내막증의 증상으로 보인다며 다음 월경이 끝나는 날부터 약물 치료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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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대장 내시경 알약 먹기

 

내시경 예약 일주일 전, 병원을 방문하여 약을 받고 설명을 들었다.

수면 위/대장 내시경+헬리코박터균 검사까지 30만 원 후반 대였고, 내시경 하면서 용종이 발견될 시 바로 떼어내며 용종 한 개당 약 10만 원 정도의 추가금이 붙는다고 했다.

헬리코박터균 검사는 안 해도 되지만, 위 내시경 할 때만 할 수 있는 검사라고 해서 하는 김에 같이 하기로 했다.

 

약은 가루약, 알약이 있는데 가루약은 6천 원이었나? 1만 원 이하였고, 알약은 약 3만 원 정도였다.

내시경은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지만 평소 물도 잘 안 마시고 비위도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 알약을 선택했다.

 

내가 받은 알약은 오라팡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타이레놀만 한 크기라고 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타이레놀보다 커 보였다.

한 통에 28알이 들어 있는데, 저녁에 14알 다음날 아침에 14알을 먹어야 했다.

 

내시경 검사 예약 시간은 오후 3시였다.

후기 중에 오후 내시경이 더 편하다는 이야기를 봤지만 딱히 오후라서 편한 점은 잘 못 느꼈다.

 

내시경 전날 오후 8시부터 30분 간 14알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약 먹기 전에 물을 한 컵 마시라고 되어 있는데 못 보고 그냥 먹기 시작했다.

알약이 몸에 들어가 수분을 쫙 빨아들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먹으면 절대 안 된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충고가 있었기에 2분 간격으로 1알씩 먹기 시작했다.

총 14알 먹는데 걸린 시간은 28분, 먹은 물 양은 800ml 정도였다.

이후 1시간 동안 1.5L의 물을 마셔야 해서 포카리스웨트 340ml 4병을 먹었다.

약을 먹는 동안은 절대 눕지 말라고 되어 있어서(약 먹느라 눕고 싶어도 못 누울 테지만) 앉은 상태에서 먹었고 이후에는 걸어 다니면서 수분을 섭취했다.

 

알약이 가루 약보다 반응이 느리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11시가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일단은 3시간이 지났으니 누워도 되겠지 싶어 잠을 청했다.

 

11시 40분,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기분에 잠에서 깼다.

변의는 딱히 없었고 속이 너무 좋지 않았다.

포카리스웨트가 계속 올라와서 괜히 먹었다 싶었다.

토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 쪼그려 엎드린 상태로 호흡으로 겨우 참아 내고 있었는데 살짝 배가 아픈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에 가니 그제야 첫 변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속은 계속 울렁거렸지만 화장실에 한 번 갔다 올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새벽 2시 반까지 화장실을 4~5번 들락거렸다.

 

처음에는 속이 너무 안 좋아 내시경을 포기하고 싶었다.

2시 반 정도 되니 찌꺼기 없는 변이 나오면서 내시경은 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도저히 아침 약을 먹을 자신이 없었다.

 

당일 아침, 일어나자 울렁거림이 전혀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은 계속 들락거렸다.

 

아침 9시부터 약을 먹는 시간이었지만, 어제 반응이 늦게 왔기에 한 시간 더 빨리 먹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물을 한 컵 마시고, 시간을 딱 정하지 않고 대충 기분대로 알약을 먹기 시작했다.

총 14알을 먹는데 32분, 물은 800ml 정도 먹었다.

이후 11시까지 물 300ml, 포카리스웨트 340ml 3개를 먹었다.

 

변은 쭉 찌꺼기 없는 변이었고, 11시 반 이후로는 변의가 없었기에 편하게 병원에 방문했다.

 

수면 위/대장 내시경 후기

 

2시 반까지 병원에 방문하여 채혈 검사,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

심전도 검사는 속옷까지 위로 다 올려야 해서 살짝 당황했다.

 

이후 옷을 갈아 입고 주사를 놓을 혈관을 잡았다.

기포 제거제도 먹고 조금 대기를 하다 내시경을 하기 위해 들어갔다.

 

침대에 옆으로 누우니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코에 산소 줄을 끼우고 입에는 마취제를 뿌리고 위 내시경을 하기 위한 장치를 물렸다.

그제야 실감이 들며 겁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려움이 커질 새도 없이 수면 마취 주사가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다 기억을 잃었다. 

 

어렴풋이 간호사들이 나를 옮기는 게 느껴졌고,

"이제 끝난 거예요?" 하고 묻자 "네네 다 끝났어요~" 대답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처음 누운 침대가 아닌 다른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마스크는 쓰고 있었는데 침 냄새가 많이 났다.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살짝 어지럽긴 했지만 못 갈 정도는 아니어서 커튼을 쳤더니 간호사가 뛰어 오며 누워있어야 한다고 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방귀를 뀌라며, 20분은 더 누워 있어야 한다고 했다.

 

후기 중에 개운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나는 전혀 개운한 느낌은 없었고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 상태로 방귀 뀌며 누워있었다.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됐는지 간호사가 와서 어지럽지 않은지 물어봤고,

일어나서 옷을 갈아 입고 진료를 보러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아픈 데 없냐며, 내시경을 할 때 아파했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기억도 없고 아픈데도 없다니, 그럼 다행이라며.

→하지만 이후 며칠간 목에 약한 통증이 있었다.

 

검사 결과 위, 대장 모두 작은 용종 하나 없이 깨끗했다.

화면으로 보여주시는데 내가 봐도 깨끗한 게 특 A+ 한우 곱창 같았다.

 

또 하나 좋은 소식은 빈혈 수치가 12로 올랐다.

의사 선생님이 두 달도 안돼 수치가 4 이상 오른 것에 대해 굉장히 놀라워하셨다. 

 

내 생각으론 이전에 매일 마셨던 아이스커피를 끊은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커피가 철분 섭취를 방해한다고,

 

또 철분제를 먹으니 신기하게도 얼음이 안 당겼다.

이전에는 얼음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얼음을 먹고 싶은 마음도 없고 얼음을 먹어도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보호자 없이 혼자 가는 거라 걱정을 했는데, 진료를 보고 나와 재증명도 떼고 저녁 거리도 사서 집에 올 정도로 멀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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