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유진 오닐, <느릅나무 밑의 욕망> / 이강백, <봄날> 비교
- 작품 탐구
- 2021. 2. 16.
공통점1. 등장인물과 설정
주요 등장인물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여자가 나온다. 두 작품 다 농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노동’의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어머니가 여러 명이었다는 설정과 (죽어서나 혹은 떠나서) 같이 살지 않는다는 설정, 그리고 극이 아버지의 부재로 시작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또한 두 작품 다 종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 아버지 캐봇은 종교를 자신의 고집과 신념을 옹호하는 데 이용한다. 그러나 결국 그로 인해 떠나지 못하고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봄날>에서 아버지는 종교를 업신여기는 듯 하지만 그것을 신뢰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들들에게 속고 아들들을 떠나보내는 후회를 하게 된다. 즉, 두 작품에서 종교는 아버지의 (재산, 젊음에 대한) 욕심을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
공통점2. 부자간의 갈등
(1) 재산: 두 작품 다 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나온다. 일을 강요하면서 그만한 대가를 주지 않는 아버지, 그것이 불만인 아들들, 돈을 숨겨놓은 아버지와 그것을 찾아 가지고 떠나는 아들들. 두 작품은 재산을 둘러싼 부자간의 갈등을 큰 소재로 그려내고 있다.
(2) 여자: 한 여자를 두고 부자간의 갈등도 보인다. 부자만이 살고 있던 집에 한 여성의 등장으로 그 여성을 누가 소유하느냐에 대한 부자간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차이점1. 등장인물
(1) 장남: <봄날>에서 장남이라는 캐릭터는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이다. 아버지에게 효도하고 동생들에게 헌신하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은 장남은 <봄날>에서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장남은 <봄날>에서 교훈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다른 자식들과 달리 아버지를 이해하고 효도함으로써 다른 자식들의 불효를 부각한다. 그리하여 작품을 냉혹한 비극이 아닌 애절한 비극으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한다.
(2) 자식들과 시미언, 피터: <봄날>에서의 차남부터 육남까지와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의 시미언과 피터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인물이며 아버지가 숨겨 둔 돈을 가지고 떠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개척자와 불효자라는 큰 차이점이 있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 시미언과 피터는 일만을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가 없다고 해서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는다. 그들은 노동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가 없는 현실을 싫어하는 것이며 처음부터 캘리포니아로 떠나고 싶어 하는 소망이 나온다. 그리고 극의 시작부에 떠나서 다시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봄날>에서의 차남부터 육남까지 다섯 명의 아들들은 굉장히 수동적인 인물들이다. 아버지가 보지 않을 때는 마음껏 게으름을 피움으로써 바람직하지 못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그들은 1장에서부터 구렁이에 대한 거부(그것은 아버지를 향한 거부의 상징으로 보인다.)를 나타내나 의지박약적인 모습과 장남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작품의 마지막부에서 떠남으로써 시미언과 피터와는 차이를 보인다. 즉, 시미언과 피터의 떠남은 억압된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길에 대한 모험의 모습을 비추지만 차남부터 육남까지의 아들들의 떠남은 현실에 대한 반항, 아버지에 대한 복수의 모습을 강하게 보이는 것이다.
(3) 막내와 에벤: 막내와 에벤은 아버지와 한 여자를 두고 갈등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비중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 에벤은 아버지와 재산, 여자를 두고 갈등하며 소유에 대한 욕망을 가진 강렬한 인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봄날>에서의 막내는 몸이 허약하고 재산에 대해 탐하지 않으며 장남에게 가장 많이 의지하는 비중 약한 인물이다. 에벤이 소유에 대해 큰 욕망을 가지고 떠나지 않는 것에 반해 막내는 현실에 대해 반항하기에도 벅찬 허약한 몸을 가지고 있기에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4) 동녀와 애비: 막내와 에벤처럼 동녀와 애비도 차이를 보인다. 애비가 재산을 두고 적극적으로 갈등에 끼어드는 적극적인 여성이라면 동녀는 굉장히 비중 없고 소극적인 여성이다. 야망 없고 자포자기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으며 피해자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이점2. 결말
(1) 아버지와 떠난 아들들: 앞서 <봄날>이 냉혹한 비극이 아니라 애절한 비극으로 끝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것은 결말에서 <느릅나무 밑의 욕망>과는 아버지와 떠난 아들들의 모습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은 1부에서 희망을 가지고 떠난 아들들이 다시 등장하지 않듯이, 시미언과 피터는 비극의 결말에 동참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버지 캐봇에게 진짜 아들이라는 칭찬(?)과 동경을 받는다. 그러나 <봄날>은 마지막부까지 떠난 아들들이 등장하여 비극에 동참한다. 아버지는 떠난 아들들을 그리워하고 떠난 아들들은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떠난 행위가 <느릅나무 밑의 욕망>과는 달리 후회로 남는 것이다. 또한 캐봇은 끝까지 자신의 고집과 야망을 꺾지 않아 비극의 길을 걷지만 <봄날>에서의 아버지는 개과천선하듯 자신의 고집을 접는다. 물론 그렇게 하기에는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는 없는 캐릭터 ‘장남’이 존재한 덕이 크다.
(2) 여자와 막내: 가장 큰 다른 길을 걷는 것은 에벤과 아비, 동녀와 막내이다. 에벤은 재산을 탐하고 떠나지 않음으로써 비극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막내는 재산을 탐하지도, 아버지를 떠나지도 않음으로써 동녀와 결혼하고 해피엔딩의 길을 걷게 된다. 소극적이고 순응적이고 반항하지 않는 약한 캐릭터 동녀와 막내는 그 덕분에 행복한 결말을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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