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베르톨트 브레히트,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 작품 탐구
- 2021. 2. 17.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줄거리와 서사 기법
줄거리
(1장) 폴란드 원정을 위해 상사와 모병꾼이 젊은이들을 모으고 있다. 이동 주보의 주인 억척 어멈은 각기 성이 다른 아들 둘과 딸 벙어리 딸 하나를 데리고 장사를 한다. 큰아들 아일립과 둘째 쉬바이처 카스가 모병꾼의 말에 귀가 솔깃해지자 억척어멈은 점을 쳐보고 그녀의 자식들 모두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십자가를 집는다. 아일립은 모병꾼을 따라 전선에 뛰어든다.
(2장) 수탉을 놓고 취사병과 흥정하던 억척어멈은 아들 아일립의 목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인다. 농부들의 소를 빼앗아 식량을 늘리는데 공헌한 아일립은 용병대장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우쭐해 있다. 억척어멈은 아들과 재회의 기쁨을 누린다.
(3장) 군대 출납계원이 된 쉬바이처 카스는 연대의 금고를 들고 나타난다. 군목과 취사병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억척어멈은 갑작스러운 아들의 방문에 놀라 그를 숨기며 그의 양심적인 행동에 우려를 표한다. 핀란드 금고를 추적 중인 상사에게 쉬바이처 카스는 붙들려 가고 억척어멈은 이베트를 통해 아들의 몸값을 흥정하고 그 사이에 쉬바이처 카스는 싸늘한 시체가 되고 만다.
(4-5장) 억척어멈은 젊은 병정이 자신의 수고료를 장교가 가로챈 것에 분노하는 것을 보고 자제시키고 대항복의 노래를 부른다. 술을 마시고 돈을 내지 않는 군인과 말다툼하는 억척어멈은 군목이 다친 군인을 치료하기 위해 그녀의 장교복을 찢어 붕대로 삼자 화를 낸다.
(6장) 전쟁영웅인 용병대장이 죽자 그의 죽음에 대해 억척어멈과 군목이 얘기를 나눈다. 딸 카트린이 눈에 상처를 입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자 억척어멈은 전쟁을 저주한다.
(7-8장) 전쟁이 계속되면서 사업의 황금기를 맞이한 억척어멈은 전쟁을 자조하는 노래를 부른다. 스웨덴 왕의 사망으로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지자 사업의 위기를 느낀 억척어멈은 군목의 충고에 따라 물건을 헐값에 팔려고 나선다. 억척어멈이 시장에 나간 사이에 아일립은 전쟁과 평시를 구분 못하고 행동하다가 병사들에게 끌려가 죽음을 당한다. 그 사실을 모르는 억척어멈은 다시 시작된 전쟁에 팔 물건을 챙긴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9장) 지리한 전쟁이 계속되고 혹독한 겨울이 오자 억척어멈 일행은 동냥을 하다시피 하며 살아간다. 고향에서 온 편지를 받은 취사병은 억척어멈에게 같이 여관에서 장사를 하자고 말하나 카트린과 함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 억척어멈은 취사병의 물건을 땅에 던진 채 포장마차의 고삐를 당긴다.
(10-11장) 농가 앞을 지나던 억척어멈과 카트린은 농가에서 들리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군사들에게 알리기 위해 북을 가지고 옥상에 올라가 북을 치던 카트린은 기수의 총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카트린의 마지막 북소리는 성안의 총성으로 이어진다.
(12장) 카트린의 주검 옆에 쭈그려 앉아 있던 억척어멈은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억척어멈은 농부에게 카트린을 부탁하고 아일립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난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서사 기법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억척어멈으로 알려진 안나 피에르링이 자식을 잃어가는 과정이 12개의 장면으로(연대순 삽화적 형식) 펼쳐진다. 열두 장면으로 구성된 이 희곡의 각 장면은 간략한 '내용 설명'으로 시작된다. 서사극의 기법인 이 내용 설명은 희곡의 배경을 이루는 30년 전쟁의 역사적인 사건과 주인공인 억척어멈의 개인적 운명을 동일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는 관객이 미리 내용을 파악하여 그 속에 담긴 의도를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억척어멈이 점차 도덕적으로 타락해가는 모습이 풍자적 언어로 경쾌한 곡조에 실리는데, 이 노래는 해설의 역할을 한다. 제1장의 '사업의 노래'는 신원을 묻는 상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제2장의 '부인과 병사에 관한 노래'는 용감한 병사의 공적이 허무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노래이다. 제3장의 '형제의 우의를 맺는 노래'가 불리자 억척어멈은 딸에게 병사들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한다. 제4장에 나오는 '위대한 항복의 노래'는 억척어멈이 강자에게 반항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설득하며 부르는 가장 유명한 곡이다.
브레히트는 전쟁으로 인해 자식들을 잃은 죽음의 상인들 중 한 명인 억척어멈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해서 남의 집 자식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군수물자를 파는 모습을 고발한다. 억척어멈과 같은 죽음의 상인에게는 전쟁이 끝났으니 군대 간 자식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반가움보다 '내일부터는 뭘로 먹고살아야 하지?'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브레히트는 주인공인 억척어멈에게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비판하는 시선으로 보도록 서사극의 기법, 즉 '낯설게 하기'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관객들은 억척어멈을 전쟁으로 인해 자식들을 잃은 비운의 어머니가 아닌, 단지 죽음의 상인으로 보고 그녀에게 분노하게 될 때, 나아가 무기를 팔아 큰 돈을 버는 거대 자본가들 및 그들과 결탁한 지배계층과 이념에 대해 분노할 때, 브레히트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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