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햄릿>, <민중의 적>, <느릅나무 밑의 욕망>
- 작품 탐구
- 2021. 2. 20.
희곡 <햄릿>, <민중의 적>, <느릅나무 밑의 욕망> 공통점과 차이점
작품 | 주인공 신분 | 배경 장소 | 등장 인물 | 작품을 쓴 시기 |
갈등 | 막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
왕족 | 왕궁 | 19명 외 다수 |
1600년대 | 개인 vs 운명 (선) |
5막 |
헨릭 입센, <민중의 적> |
중산층 | 집, 마을 | 11명 외 마을사람들 |
1870년대 | 개인 vs 집단 (윤리) |
5막 |
유진 오닐, <느릅나무 밑의 욕망> |
농부 | 집, 농장 | 5명 외 마을사람들 |
1920년대 | 개인 vs 가족 (소유) |
3막 |
공통점
위 세 작품의 공통점은 비극이라는 것이다. 비극이라는 것은 세드엔딩(Sad Ending)이다. 작품을 읽고 나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들이다.
또한 작품 속 배경이 안정되지도 않고 아주 혼란스러운 것도 아닌 심상치 않은 시대인 것도 공통점이다. <햄릿>에서 1막을 보면 유령이 나타나는 등 시대가 혼란스러워질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민중의 적>에서 헨릭 입센은 민주사회가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다수의견에 맞서는 개인을 그렸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의 배경이 되는 사회는 1850년대 미국 사회로 본격적인 서부 개척 시대이다. 대륙 횡단 열차가 개설되었으며 황금을 쫓아 서부로 인구 대이동이 이루어졌던 시기이다.
또 ‘사실’이라는 소재도 공통점인데 <햄릿>에서 햄릿은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금기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비극이 이루어지고 <민중의 적>에서 스토크만도 온천이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는 에벤이 이 땅이 원래 어머니의 것이라는 자신만의 사실에 집착하면서 비극을 이루며 또한 돈을 숨겨놓은 비밀의 장소를 알고 있음으로써 장자권을 사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갈등하는 것이 줄거리이며 그들의 목적이 좌절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스토크만은 온천폐쇄가 목적이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에벤 역시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라는 목적에는 성공하지만 도덕성을 심판하기 위해 비도덕적 죄를 범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며 결국 도덕의 희생양이 된다.
차이점
<햄릿>은 주인공 햄릿의 이름을 딴 제목이다. 그러나 <민중의 적>이나 <느릅나무 밑의 욕망>을 보면 주인공의 이름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것으로 보아도 <햄릿>에서 햄릿은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햄릿은 주인공의 성격이 비로소 비극의 원인이 되는 성격비극이기 때문이다. <햄릿>은 햄릿에게 굉장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햄릿은 왕족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다. 극의 주인공이 가지는 위상은 극의 비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고매하면 고매한 인간일수록 그의 책임은 막대하며 그의 인간적 과오나 결함은 더욱 큰 타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민중의 적>은 사회적인 상황이 인간의 의지와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 비극으로 제목 역시 이성적이고 냉철한, 사회적인 모습을 비추고 있다. 여기서 스토크만은 중산층의 사람이자 지식인이다. 그는 햄릿만큼 고매한 인간은 아니나 마을에서 꽤 저명한 사람으로 그의 갈등은 어느 정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은 굉장히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제목이다. 내용 역시 ‘사랑’이라는 소재를 보다 풍부히 담고 있다. 여기서 캐봇과 에벤은 평범한 농부로 그들의 가진 재산, 여자의 갈등은 어떠한 사회적 파장도 일으키지 않는다.
이처럼 비극의 주인공 신분이 높은 사람에서부터 낮은 사람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무대, 인물, 주제의 차이가 나기 때문은 물론 인간의 범위가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햄릿>의 배경이 되는 중세시대는 인간의 범위가 넓지 않았으며 또한 <햄릿>은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어느 정도 고대 비극의 영향을 잇고 있는데 고대 비극은 사람들을 교화시키기 위하여 주인공이 신분이 높은, 고매한 사람이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로 올수록 인간의 범위는 확장되고 평범한 이웃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게 된다.
작품의 배경 역시 왕궁에서부터 집이라는 극히 일상적인 공간으로 바뀐다. 근대비극을 가정 비극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배경이 다 가정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은 근대의 시작이다.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여 ‘만인 대 만인의 싸움’이 되고 기계로 인한 인간소외는 가정의 역할을 더 크게 만들었다.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자 한 인간의 심리적 쉼터로 그 중요도가 더 커졌지만 높아진 기대감만큼 실망감도 높아졌기에 현대 가정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정’이라는 것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비극의 배경 역시 가정으로, 그리고 등장인물의 수도 가족만큼의 수로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무대가 고대처럼 넓은 것이 아니라 소규모화 되었기에 더 이상 무대에는 많은 인물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극도 짧아지는데 5막에서 3막으로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현대인들이 길게 끄는 걸 원하지 않고 짧게, 극적으로 끝나길 원하기 때문이다.
갈등의 양상도 달라졌는데 햄릿이 자신에게 닥친 잔인한 운명과 싸우는 운명 섭리를 다루고 있다면 스토크만은 윤리의 문제를 두고 다수의 대중들과 싸우고 있고 에벤은 아버지 캐봇과 여자를 비롯한 재산의 소유권을 두고 싸우고 있으며 근친상간과 영아살해라는 윤리적 문제도 제시하고 있다.
작품들이 쓰여진 시기와 양상을 보면 <햄릿>이 쓰인 르네상스 시기는 후기로 갈수록 계몽주의적인 사상들이 기존의 세계를 두드리고 있었다. 자연을 계량화하면서 신학은 균형을 잃어 갔으며 실학이 대두되었다.
<민중의 적>은 사실주의 극으로 1970년대 비롯된 현대 연극은 입센의 사실주의 작품이 산출된 시기를 기준 한 것이다. 19세기 후반의 변화된 경제 사회적 상황들은 낭만주의자들의 이상주의가 현실에 부적합함을 보여주게 되고 콩트와 실증주의와 과학적 정신을 대두시켰다. 이와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연극 분야에서도 사실주의 연극을 통해 표현되었다. 사실주의 연극은 한마디로 삶을 있는 그대로 무대 위에 드러내고자 하는 노력이다. 연극은 생의 한 단편이라야 하며 실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및 실제의 삶의 모습을 무대에 그대로 구현하고자 했다. 많은 극작가들이 이전에 무대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제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과학적 사고와 방법을 통해 사회 문제에 적용시켜 해결책을 모색코자 했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은 표현주의 극으로 이는 20세기 초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사실주의 연극의 반발로 전개된 예술운동이다. 이것은 작가 개인의 내부 생명, 주관적 표현을 추구하며 감정표출을 중시한다. 표현주의는 대사는 물론 장치 조명 효과에 있어서도 과감하게 과장, 전도의 효과를 사용한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 무대 장치를 보면 느릅나무에 대한 설명으로 “어딘가 이 집을 보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짓누르는 것 같이도 보인다. 그 모습에서 일종의 사악한 모성애를 느끼게 하고, 중압하고 독점하려는 집념이 느껴진다.(... 중략...)그리고 머리채를 지붕 위에 얹고 쉬고 있는 여인들 같기도 하다. 비가 오면 그들의 눈물이 한결같이 흘러내려 지붕 판자를 썩어 문드러지게 한다.”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지문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있는 그대로 설명해주는 <민중의 적>의 지문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02.16 - [명작 소개] - [희곡] 유진 오닐, <느릅나무 밑의 욕망> 줄거리
2021.02.16 - [명작 소개] - [희곡] 유진 오닐, <느릅나무 밑의 욕망> / 이강백, <봄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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