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헤롤드 핀터, <생일 파티>

<생일 파티>의 등장인물과 상징

헤롤드 핀터, <생일 파티>

<생일 파티> 줄거리

 정말 불친절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서로 말도 이상하게 하고 정신도 이상한 것 같고 나아가서는 인물들이 정말 하나의 인물로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까지 간다. 어떤 집에 60대 부부가 살고 있다. 남편의 이름은 피티이이고 부인의 이름은 메그이다. 그리고 이 집에는 스탠리라는 30대 남자도 묵고 있다. 이 남자는 이 집에 꽤 오랫동안 묵었으며 메그는 스탠리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 애정을 남편 피티이도 알고 있으면서 질투 같은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메그와 스탠리가 모자관계로 느껴질 정도이다. 또한 마지막에 스탠리가 납치당할 때 피티이가 “(목이 메어서) 스탠, 저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피티이도 스탠리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쨌든 이렇게 3명이 살고 있던 집에 어느 날 골드버그와 맥켄이 들어온다. 극은 골드버그와 맥켄이 들어와서 하룻밤을 묵고 나가는 그 이틀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 날과 두 번째 날은 반복되는 것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이제는 스탠리가 없다는 것이 차이점일 것이다. 이 작품은 인물들과 인물들의 행동, 말이 다 이해가 안 가지만 공간 자체도 매우 환상적이다. 처음 시작을 보면 메그는 피티이에게 묻고 있다. 신문에 어떤 뉴스가 실렸는지, 밖에 날씨는 어떤지 메그는 밖에 대하여 전혀 모르며 심지어 겨울이 지났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이는 이 ‘집’이라는 공간의 환상성을 더해준다. 메그와 스탠리는 밖에 종종 나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거의 집 안에서 생활을 한다. 그리고 남편 피티이는 집 안에서보다 밖에서 활동을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인지 극에서 피티이는 가장 정상스럽게 느껴지고 메그와 스탠리는 정신이 좀 이상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골드버그와 맥켄이 이 공간 안에 침투하고 스탠리는 그것에 대해 저항을 보인다. 그와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그들이 서로 아는 사이였던 듯도 하고 또 다 같이 정신이 이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처음에 강렬하게 충돌하지만 파티가 끝나고 나면 스탠리는 자신의 의사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그를 골드버그와 맥켄은 손쉽게 데리고 떠난다. 그에게 부서진 안경 대신 똑바로 보이는 안경을 사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스탠리는 무슨 죄가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다 메그의 차가 맛있다고 한다. 그러나 스탠리만은 그것을 부정한다. 골드버그와 맥켄은 스탠리가 그동안 삐뚠 안경을 쓰고 살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의 말이 사실인 것은 아닐까? 사실은 메그의 차는 정말 맛이 없는 게 아닐까? 결국 스탠리의 죄란 환상의 공간 안에서 메그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으며 진실을 말하는 게 아닐까? 사회와 타협하지 못한 것. 그것이 스탠리의 죄인 게 아닐까.

골드버그와 맥켄은 어디서 왔을까?

 그렇다면 골드버그와 맥켄은 사회와 타협하지 않는 스탠리를 벌하러 온 자들이다. 그들은 밖에서 왔다. 사회에서 왔다. 골드버그는 자신의 권력이 고른 치아에서 나왔다고 하기도 하고 또 골드버그는 서있는 스탠리를 자신에게 대항하려 든다며 앉으라고 명령한다. 맥켄을 통해서 부탁을 하면서까지 골드버그는 스탠리를 자신의 권력 하에 두려는 사람이다. 그들은 스탠리에게 더 이상 생각할 힘을 상실시키고 그의 안경(그의 시야, 그의 세계)을 부서트린다. 또한 스탠리를 데려가는 것을 막는 피티이에게도 같이 가자며 협박을 한다. 피티이는 무기력하게 스탠리가 납치당하는 것을 보기만 한다. 만약 피티이가 끝까지 그들에게 대항하였더라면 그 역시 폭력적인 사회에 순응하지 못하는, 잡혀가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생일파티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생일 파티는 주인공인 스탠리 몰래 이루어진다. 게다가 정말 스탠리의 생일인지도 알 수 없다. 즉 생일 파티란 정확하지 않은 토대 위에서 계획된다. 그리고 그 생일 파티는 폭력과 사건으로 물들지만 메그는 그것을 꿈으로 알고 생일 파티의 좋았던 부분만 기억한다. 생일파티는 스탠리를 위한 것이었는데 정작 무도회의 여왕이었던 것은 메그이다. 생일 파티는 부조리 그 자체를 의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