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웹툰] 이보라,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728x90

장르: 로맨스 판타지

작가: 소설(원작) 이보라 / 웹툰 (글)라뇽, (그림)오션

발행자: 연담 x 서울

 

이보라,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요즘 많은 장르소설이 웹툰화 된다. 이는 카카오페이지의 영향이다.

이전 담론(2021.03.05 - [상상 놀터] - [담론] 우리나라 만화 시장과 웹툰의 발전)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카카오페이지는 공격적으로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독점 컨텐츠가 필요했다. 하지만 네이버 웹툰처럼 직접 작가를 관리할 여력은 없었던 지라 출판사에 원고료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독점 계약을 하게 된다.

이에 많은 출판사들이 참여하게 되고, 카카오페이지에서 지원하는 원고료를 출판사와 작가가 나눠가져야 했기에 적은 원고료로도 일이 가능한 신인 작가를 찾게 된다. 하지만 신인 작가에게 수준 높은 작품을 기대하기 힘들었기에 기존에 입증 받은 장르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가 많아지게 된다.

그 중에는 '나 혼자만 레벨업'과 같이 히트작이 나오기도 하지만 원작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의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사실 원작을 둔 만화가 원작을 뛰어넘는 경우는 매우 적다.

만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 원작이 다른 매체로 옮겨질 때, 그 매체에 따라 각색 등 변경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소홀히 여기게 되면 안어울리는 옷을 입은 작품이 나오게 된다.

원작 소설을 둔 만화의 경우에 각색을 따로 두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에게 일임하는 경우도 있다. 감이 있는 작가라면 따로 각색을 두지 않아도 잘 해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각색이 있더라도 노련하지 않다면 원작의 재미를 따라가는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

 

장르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이 많아지면서 나는 소설보다 웹툰을 보는 편이다.

기존에는 이러한 작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작품을 보기 위해 소설 코너를 뒤적여야 했지만 지금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이 많아지면서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그래도 읽기 더 편한 웹툰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재미가 없는 작품은 하차하지만, 재미가 있는 작품은 연재분까지 보고 그 뒤로는 소설로 넘어가 이어 보는 편이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도 웹툰으로 보다가 재밌어서 소설로 넘어가 읽게 된 작품이다. 웹툰 22화까지 보고 소설 21화부터 시작하니 얼추 맞아 떨어졌다.

여담이지만 웹툰 후 소설로 넘어갈 때 몇 화부터 봐야할 지 모르겠다면, 만화와 같은 화부터 구매하여 앞 뒤로 맞춰나가면 수월하다.


우선 이 작품의 발행자를 보면 소설은 '연담', 웹툰은 '연담 x 서울'로 되어있다.

여기서 서울은 서울문화사인 듯 하다. 서울문화사는 대원, 학산과 더불어 국내 3대 만화 출판사로 특히 여성향 작품에 강세를 보이는 출판사다. 실력있는 편집자들이 만드는 만큼 기본적인 퀄리티가 보장된다.

해당 웹툰도 컷이나 인물, 폰트 및 컬러링 등이 크게 어색한 부분 없이 자연스러워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약간 할리퀸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내용이 유치하지 않아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라는 제목에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다.

제목은 주로 주인공의 이름, 외모나 특징 또는 이야기의 설정이 들어가는데 '당신을 돕기 위하여'라는 문구에서는 짐작가는 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제목이 납득이 간다.

 

이 작품은 스케일이 크지는 않다. 남녀의 절절한 연애 감정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다.

사실 초반에는 흔한 회귀물일 것이라 생각했다. 3년 전 일을 회상하며 여주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3년 전, 국책 사업이 실패하면서 막대한 빚을 지게 된 왕실은 빚을 갚기 위해 왕녀 바이올렛 로렌스(여주)을 윈터 블루밍(남주)에게 시집보낸다. 공작가의 사생아인 윈터는 작위를 갖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거액을 왕실에 주고 바이올렛과 결혼한다. 하지만 윈터의 돈으로 빚을 갚은 에쉬 로렌스(바이올렛의 오빠)가 왕실을 해체하면서 윈터는 그토록 원했던 작위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후 윈터는 타고난 수완으로 재산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부풀리지만, 블루밍 저택에 살게 된 바이올렛은 의지할 데 없이 무시와 조롱 속에 갇힌다. 윈터는 사업에만 치중하여 절박한 바이올렛의 사정을 알지 못하고, 결국 3년의 결혼 생활 끝에 바이올렛은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이쯤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바이올렛이 3년 전 어느 시기로 회귀할까를 짐작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회귀물이 아니었다.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바이올렛은 죽기는 커녕 아주 건강한 몸으로 일어난다. 바로 남편 윈터의 몸으로.

신선하게도 이 작품은 체인지물이다. 90년대 영화 <체인지>도 있었듯 과거부터 캐릭터끼리 몸이 바뀌는 체인지물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체인지물은 대부분 현대 배경이었다. 회귀와 빙의가 난무하는 로맨스판타지에 바디 체인지물은 참신하게 다가왔다.

바이올렛이 죽음을 시도할 때마다 둘은 몸이 바뀐다. 그리고 둘이 신체적 접촉을 하면 다시 되돌아온다. 이러한 경험으로 둘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왕녀로 고귀하게 자란 바이올렛은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캐릭터다. 반면 천대받는 핏줄을 이은 윈터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재력을 갖게 된 인물로 물질 만능 주의적인 캐릭터다. 너무 다른 가치관과 삶을 살아온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 감정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서로를 오해하며 지냈다.

상반된 둘의 티키타카는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해야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비극적인 상황과 절절한 감정이 담담한 문체에 담겨 진한 여운을 남긴다.

 

2021.03.05 - [상상 놀터] - [담론] 우리나라 만화 시장과 웹툰의 발전

 

[담론] 우리나라 만화 시장과 웹툰의 발전

오늘은 제가 경험한 국내 만화 시장의 변화에 대한 담론입니다. 1900년대 후반 만화시장 – 대여점의 점령 1900년대 후반은 국내 만화 시장의 전성기였다. 기존의 만화를 사회악으로 여기거나 멸

categories.tistory.com

 

728x90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